'기울어진 운동장과 이기적 인간'이라는 거시 구조와 미시적 행위 간의 상호작용을 읽어내는 예리한 통찰. 구조와 행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되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겸허함. 공정하고도 인간다운 과정과 지속가능한 결과를 지향하는 균형감. 자유, 평등과 연대를 향한 종합적이고 일관된 길을 모색하고자 끊임없이 소통하는 노력. 이것이 이 시대에 요구되는 사회정책 연구자의 역할과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

2019년을 마감하며『한국사회정책』26권 4호가 발간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최근 가장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시의적절한 쟁점과 사회 문제를 다룬 흥미로운 여섯 편의 논문이 실렸습니다. 노동, 계층, 세대 그리고 젠더. 이들은 현재 한국 사회의 갈등을 설명하는 키워드이자, 학술적으로도 복지정치의 가장 주요한 핵심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들을 가장 시의적절한 문제제기를 통해 다룬 세편의 논문이 있습니다. '문재인정부의 노동정책 변화에 관한 연구'(이병훈)는 문재인 정부의 집권 절반을 지난 현 시점에서 노동정책이 성공하지 못하고 방향전환하게 된 원인을 진단합니다. '코호트별 사회이동 경향 분석'(여유진)은 세대간 직업 고착화와, 계층의 사회적 이동의 수단으로서의 교육 효과의 둔화라는 현상을 실증적으로 밝히고, 계급평등을 위한 근원적인 접근을 촉구합니다. '한국사회 젠더갈등인식에 관한 탐색적 연구: 성별 조절효과를 중심으로(류연규･김영미)는 최근 한국 사회, 특히 젊은 세대에서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젠더갈등 현상에 주목하고, 갈등의 양상과 원인을 이해하는 길을 제시합니다.

다음으로 빈곤의 문제를 공간과 시간의 차원으로 확장하여 다룬 두편의 참신한 연구가 있습니다. '주거빈곤과 지역빈곤의 이중위험이 청소년 비행에 미치는 영향: 부모 양육행동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주영선･정익중)는 청소년에게 주거와 지역차원의 빈곤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흥미로운 연구입니다. '유급 노동시간과 소득 빈곤의 교차: 상대 협상력과 노동시장 지위 효과를 중심으로'(류기락)는 시간이 소득만큼 중요하되 균등한 자원이 아님에 주목하고, 시간과 소득의 결합빈곤의 문제를 기존의 연구들과 차별성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국민건강보험 가입현황 및 이용특성 분석'(변진옥･조정완･이주향･이정면)은 외국인의 국민건강보험 가입이 증가하는 시점에서 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하여 법·제도적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 실용적인 정책연구입니다.

이처럼 주제의 학술적·정책적 시의적절성, 거시와 미시를 아우르는 다학제적 접근, 다양한 이론과 연구방법의 결합이야말로『한국사회정책』이 지닌 강점일 것입니다. 2020년 새해에도 이 학술지를 통해 화두를 던지고 진실을 밝히며 상생의 길을 모색하는 의미있는 연구들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온라인 출간과 회원들에 대한 원문 공유서비스, 신진연구자의 참여활성화 지원을 통해『한국사회정책』이 보다 많은 연구자들에게 읽히고 인용되는 학술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9.12.31 편집위원장 김수완 드림